遊戱的 인간으로서의 나/영화

반두비-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영화

臥薪嘗膽 2009. 7. 7. 01:20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써본다.

크게 3가지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그 처음은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반응이다.

 

박찬욱의 '박쥐'가 올해 상당한 관심을 끌었고 욕도 많이 먹었는데 그 내용들을 보니까 역겹다, 재미없다 등이 주를 이루었다.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응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보기에 재미없고 역겹고 쓰레기 같은 것이지 그 영화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쓰레기라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말 훌륭한 일류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 기사의 댓글이나 영화 게시판에 글쓴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보기에 아니라고 영화 자체를 수준 낮은 영화로 단정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잘못이다.

 

반두비는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박쥐는 그 영화 자체를 가지고 좋다는 둥 나쁘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반두비는 영화와 관계없이 이 영화를 왜곡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저지른 여러 가지 범죄들을 언급하고 뉴스를 링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도대체 이 영화와 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묻고싶다.

-안산 밤거리가 무서워서 여자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과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여주인공 민서가 이주노동자 카림의 신체 주요부분을 만져주는 것을 보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 18세 관람가 아닌가. 그것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우리 나라 영화 대부분을 걸고 넘어져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위험한 불법 체류자도 있고, 영화에 나온 것처럼 영어강사와 택견 강사를 하면서 우리나라 여자들 따먹기 쉽다고 좋다며 살아가는 외국인도 있고, 주인공 카림처럼 비록 돈없는 이주노동자이지만 자신의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잘못된 것을 행하려 하지 않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외국인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그 여러 부류의 외국인 중에서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골라 영화를 찍었을 뿐이다.

그것이 잘못인가? 무엇이?

방글라데시인이 우리나라 여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면 영화에서 무조건 방글라데인은 위험한 범죄자라고 해야하나?

그럼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방글라데시 가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방글라데시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전부 죽일놈이 되는 것과 동시에 거기서 영화를 찍는다면 한국인은 무조건 개쓰레기 같은 놈들로 나타내야겠네. 

아니, 일단 동남아쪽 사람들에 편견을 가지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잘 사는 나라 사람들로 하자.

우니라나 사람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 가서 그나라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러면 미국, 영국,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은 모두 위험한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나?

그렇다면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 말한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크리미널 취급을 받아야겠네.

거기서 한국인에 관한 영화를 찍는다면 무조건 위험한 범죄자로 그려야 하고.

그리고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과 절대 사귀면 안 되고. 그렇지 아니한가?

 

솔직히 이런 말을 쓸 필요조차 없는데 다음 영화 평점과 리뷰를 보니까 영화와 관계없이 영화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 아까워도 차근차근 써줘야겠다.

안산공단과 원곡동, 가리봉동, 성서공단 지역의 밤거리가 위험한 것과 영화는 전혀 상관이 없다.

감독과 제작진은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를 찍고 싶었던 것이었지 이주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

반두비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 때문에 피해를 당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으면 직접 영화를 찍거나 영화 감독을 찾아가서 찍자고 얘길하면 된다. 

영화 감독이 4천8백만명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런 영화를 찍으려고 하는데 찍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심형래가 디워를 찍고 싶으면 찍으면 되는 것이고, 워낭소리를 찍고 싶으면 그 주인공 할아버지 내외에게 허락을 받고 그분들과 소를 찍으면 되는 것이고, 1년 동안 일하고 임금을 못받은 이주노동자를 찍고 싶으면 그 사람들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힌 그 가해자들이 잘못한 것이니 그사람들에게 직접 죄를 묻거나 따져야지 엉뚱하게 영화에 와서 행패를 부리면 안 된다.

이주노동자 때문에 밤거리가 무섭고 가족이 걱정되면 그 지역 파출소와 경찰서를 찾아가서 치안 문제를 해결해야지 전~혀 상관없는 영화에 와서 평점에다가 안산밤거리를 가봤냐? 라고 써봤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주인공 민서가 <대학생마사지> 업소에 가서 ###를 해주고 집에서 카림의 **를 만지는 것.

대학생 마사지가 뭔지 잘 모르는 여자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거기 가서 대학생이라고 있는 여자들이 직접 ###를 해주는 것이다.

이 장면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가 보기엔 돈없는 민서가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주유소 알바같은 것보다는 그런 업소에 가서 일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영화의 내용 전개상 짧게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민서는 여대생마사지업소에서 일을 하며 남자들에게 ###를 해주면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카림을 위해 방에서 그동안 일하면서 배운 ###를 해주려고 한 것이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카림은 그것을 죄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민서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와 알라신에게 기도한다.

결국 영화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라고 봄.

그리고 이것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된다고 쓴 분들이 있던데...

내가 이런 것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기때문에 이 영화가 18세 관람가가 된 것이다.

방에서 민서가 카림의 **를 만져주는 장면만 없다면 12세 관람가 해도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애들 교육 때문에 이 영화의 그 장면을 문제삼는다면, 뉴스에서 전경이 시민 폭행하는 것, 사이버세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야동, 드라마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불륜이 청소년에게 훨씬 더 해로울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가 더 해롭다.

 

결국 반두비에 대고 욕을 하고 폄하하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신이 당한 직간접적인 피해와 편견 때문에 엉뚱한 영화에 대고 화풀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 민족주의는 너무 거창하니 그냥 인종차별만 얘기하자.

어찌보면 위의 내용과 중복되기도 하겠지만...

반두비에는 1년동안 임금을 주지 않고 부려먹고는 큰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사장과, 한국 여자들은 쉽게 넘어온다며 좋아하는 백인 영어 강사, 버스에서 이주노동자의 옆자리에는 앉지도 않는 우리나라 여학생들이 나온다.

왜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고 그저 이주노동자의 범죄가 어쩌구저쩌구만 써대는가.

버스와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허름한 옷차림의 동남아시아계 외국인이 아니라 깔끔하게 차려입은 백인이 있어도 자리에 앉지 않을 것인가?

반두비에 대고 욕을 해대는 것이, [우리나라]의 여고생이 저 못사는 [방글라데시]의 외국인을 좋아하고 키스도 하고 은밀한 부분도 만져주는 것을 못마땅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저렇게 귀여운 우리나라의 여학생을 외국인에게 뺐기는 기분이랄까.

'감히 저 시커먼놈이 우리나라 여학생을.', 아니면 '우리 여학생이 저런 외국인을...' 뭐 이런 기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영화가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나도 뭔가 잃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인종도 없다.

그것을 인정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마음 속의 차별과 편견일뿐.

 

 

 

셋째로 이 영화에 대해 그냥 내 감상을 써본다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영화가 이주노동자의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지만 저 고집쟁이 여학생을 통해서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 엄마에게 심한 반말하는 것은 예사거니와 욕까지 해대는 것과 엄마의 애인인 미래의 아빠에게 눈꼽만큼의 예의도 없이 욕을 해대는 것을 보면서 심히 불편했다.

그건 나도 감독에게 따지고 싶다.

저애 말하는 싸가지는 뭐냐고.

그리고 묻고 싶다. 저 아이의 저런 거침없는 화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뭔지.

또 묻고 싶다.

지가 좋아하는 외국인이 추방당했다고 학교를 자퇴하는 것과는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도대체가 이 애를 통해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한 것은 사회의 약자와 편견에 대한 솔직한 고발과,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때문이다.

배우들도 정겹다.

엄마역의 배우가 미인이다 싶어 찾아봤더니 내가 고딩때 좋아하던 이일화 누님이었다.

아직까지도 미모는 여전하다.

주인공인 백진희양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는데 연기가 괜찮았다.

매우 귀엽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주목해봐야겠다.

영화는 괜찮았는데 영화에 대고 쓴 평가를 보면 그냥 씁쓸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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