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허탈감에 황사까지 겹친 날씨라 나는 성남실내체육관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근처 피시방을 찾았다.
kbs n sports 라이브 중계가 안 나와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결국 아프리카tv로 보았다. 감사감사.
1,2세트는 못보았고 3세트부터 보았는데 1차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두 팀은 팽팽했고 똑같이 많은 실책을 하고 있었다.
아주 긍정적인 부분은 1차전에 완전 자멸한 도공 선수들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나름 잘 하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서브도 잘 들어갔고 걱정했던 황민경의 득점력도 살아나고 있었다.
결국 3세트는 접전 끝에 도로공사의 역전승.
4세트는 초반부터 일방적인 흥국의 경기였다.
도로공사는 계속되는 범실과 공격실패로 뒤처져 점수가 아마도 11:20까지 벌어졌던것 같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흥국선수들이 계속 턴오버를 해서 아마 세트는 최종 20:25로 끝난것 같다.
무엇보다 흥국이 안 좋았던 것은 4세트 막판 미아가 집중력이 완전히 떨어지며 실책을 연속해서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5세트에 도공의 전망이 밝고 흥국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역시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5세트는 도공이 초반부터 많이 앞서 나갔다.
흥국생명은 4세트 막판의 안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며 결국 점수는 12:5까지 도공이 앞서서, 경기를 지켜보던 거의 모든 사람은 2차전을 도공이 이길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일어난 대반전...
점수는 점점 좁혀지더니 14:11에서 세라가 연속해서 실책을 범하고 미아의 공격 성공이 이뤄지며 듀스가 되고 결국 흥국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역시 모든 상황은 경험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것 같다.
그 여유있는 점수차에서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주구장창 세라에게만 공을 올려주는 이재은 세터,
반면에 도공의 불안 요인을 파악하고 미아를 위주로 하되 미아가 힘을 축적할 수 있도록 간간히 다른 선수들의 공격을 섞어주는 김사니는 결국 경기의 승패를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뭐 그래도 난 도공 선수들이 못했다고 생각 안 한다.
1차전에 비하여 훨씬 잘했고 거의 승리의 직전까지 갔었다.
역전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겠지만 이런 경기를 통해서 몇 단계 발전을 하는거다.
이 경기는 분명 도공 선수들이 더 나은 경기를 하고 기량을 향상시키는데 굉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재은 선수는 이제 세라 외에 다른 선수들을 믿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을 것이다.
현대가 강한 것은 케니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황연주와 양효진까지 3명이 공격을 적절히 분담하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이다.
도공의 장점은 서브와 벌떼공격인데 5세트에서는 그런 도공의 장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런 점수에서도 뒤집히는 것이다.
임효숙, 황민경, 김선영, 이보람, 하준임 등 전부 공격 성공률이 높은 선수들은 아니다.
그래도 믿어야 한다.
세라는 몬타뇨 같은 철인 28호 스타일이 아니다.
똑같이 말랐지만 미아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스타일인듯 한데 세라는 미아와는 또 다르다.
3세트를 쉬었다고 해도 가빈이나 안젤코에게 하듯이 올려대면 안 통한다.
세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3차전을 이기고 4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흥국 선수들은 이미 한 경기 이기고 있기 때문에 역시 마음에 여유가 보였다.
미아가 지쳐 있었지만 도공이 스스로 무너져버리자 실책을 줄이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며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국가대표 경기를 하면 김사니가 욕을 많이 먹지만 그래도 국내세터 중에 김사니 만한 선수는 아직 없다.
마지막에 강한 서브를 넣지 않고 정확한 서브를 했던 김혜진도 칭찬하고 싶다.
흥국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나는 3경기에서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누가 이기든 간에 5경기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5경기까지 간다면 김연경이 나올 수도 있다.
제니스 선수들아~
5경기 까지 가서 김연경이 나오도록 해봐라.
그것만으로도 너희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5차전까지 끌고 간다면 내가 성남에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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