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짧은 생각

반짝반짝 빛나는

臥薪嘗膽 2011. 3. 17. 18:50

 

 

 

우연히 이유리가 사시 합격생에게 채인다는 내용을 어디서 보았다.

관련 뉴스를 읽었는데 슬픔과 서러움에 열연을 펼쳣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고 게다가 내가 살고있는 동네인 고시촌이야기...

결국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되었다.

 

좀전에 10회까지 다 봤는데 할 말이 너무 많다.

누군가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와 얘기를 나누고 싶을 정도.

일단 이유리와 김현주의 비중과 분량은 얼추 비슷했을것 같은데 초점은 잘나가는 부잣집 아가씨의 좌충우돌 이야기보다는 비극의 주인공인 이유리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이유리에 관하여는 나중에 따로 한 번 글을 써야할 것 같다.

암튼 여기서는 원래 얼굴도 비극의 주인공처럼 생겼지만 연기도 이제 거의 배우로서의 전성기에 접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먼저 이정진과 나오는 드라마에서도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도 지금까지는 세상의 모든 절망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한 아가씨의 모습을 신들린 연기로 소화해냈다.

 

10회까지의 분량에서는 7회가 어떤 전환점이고 가장 중요한 회였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10회부터는 김현주가 그동안의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이유리가 혼자 짊어졌던 부분을 넘겨받는다.

앞으로의 내용은 이유리가 많이 웃는 모습, 김현주가 많이 우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가 완전한 악과 완전한 선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가 고민하게 만들고 약간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정태우는 돈과 성공에 혼을 팔아버린 놈으로 나오지만, 그리고 이유리가 시청자의 동정을 받아야하는 캐릭터임은 분명하지만 과거 대범이와의 얘기가 나오며 이유리를 완전히 동정하지는 못하게 만들어놓았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하지 않고 사시합격할 확률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우리 남자들이 술마실때 여자를 까는 전형적인 메뉴의 하나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보다는 합격할 것 같아 보이는 남자를 선택하는것, 난 그런 여자 진심으로 싫어한다.

따라서 이유리가 정태우에게 차였다고 하더라도 사실 정태우를 그리 욕할 것은 아니었다.

왜냐, 둘은 같은 부류이니까.

그러나 이유리를 싫어하기에는 그녀의 환경과 상황을 너무 비극으로 만들어놓았다.

 

공부 잘 했지만 대학도 못가고, 10년간 일해도 도박으로 모든걸 날려먹는 개막장 애비 때문에 자기 옷한 번 제대로 못사입은 딸.

그런 환경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을 크게 비난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 서러움과 쓰라림을 표현하는 연기는 나를 어쩔 수 없는 이유리의 편으로 만들어놓았다.

같은 또래에 이유리보다 더 잘하는 이는 없으리라.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나도 속으로 같이 울었다.

 

위에 선과 악의 불분명한 설정 외에 이 작품의 불편한 점 중에 하나는 너무나 많은 우연이다.

등장 인물들이 서로 여기저기서 강력한 우연적인 인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다리 건너면 모든 내용을 다 알아가는 식이다.

그 와중에 김석훈은 애 병원에서도, 선보는 장소에서도, 사장과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사건이 터지는 공간에 다 들어가있다.

이건 거의 전지적 작가시점 수준...

부루스 올마이티의 갓인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것을 챙겨보는 이유는 일단 배경이 나의 동네이기 때문.

이유리와 대범이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은 내가 가끔씩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

그리고 눈에 익은 곳이 꽤 나오는데 촬영하는 것을 한 번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황금알식당이 어딘지를 찾아야하는데 그 주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곳이다.

일단 대학동은 아닌것 같다.

그렇다면 서림동에서 내가 거의 갈 일이 없는 지역이거나 신림6동이 유력해보인다.

또 발다닥에 불나게 산책을 다녀야겠군...

 

다음 이유는 배우들의 명품연기 때문이다.

계속 칭찬했던 이유리 뿐 아니라 고두심을 비롯한 중견 배우들도 최상의 연기로 작품에 힘을 보탠다.

나는 특히 중견 배우들 이름을 거의 몰라서 쓰지는 못하지만 고두심 외에 이아현 누님 및 그 신랑, 이유리 친아빠와 그 엄마 역의 배우들 모두 아주 그냥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명품 조연들이다.

그 때문에 한지우와 공대얼짱인가 하는 애 같은 신인들이 나오더라도 그냥 조용히 묻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둘도 일단 비중이 크지는 않기 때문에 작품에 흠을 내지는 않는다.

그 둘은 오히려 내 생각보다 잘 하는것 같다.

이 드라마가 잘 된다면 가장 큰 공은 캐스팅을 한 사람에게 주고 싶다.

고시식당 아줌마 역에 고두심보다 더 잘 어울리는 연기자는 없을 것이다.

정말 우리 동네 고시식당 아줌마를 보는것 같았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모르겠는데 만약 잘 된다면 연말 연기대상은 고두심 혹은 이유리에게로!

김현주 이름을 빼면 섭할지 모르니 김현주도 잘 해서 큰 방 받길 바라고.

아마 앞으로의 제1주인공은 김현주가 아닐까 싶다.

 

기획의도를 읽어보니 앞으로의 내용이 막장으로 치달을것 같지는 않다.

부에 영혼을 팔아버린 정태우가 성공하고 도박으로 여러사람 삶을 망치는 애비가 떵떵거리고 잘 되면 난 더이상 이 작품을 안 볼 것이다.

희망과 인과응보를 기획자와 제작자들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범이...

대범이를 시험에 꼭 붙여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개천에서 용이 못나오게 기득권 층이 인화단결하고 있지만, 그 장벽을 뚫고 개천에서 용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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