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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차를 알아? 중고차 딜러 오영아 씨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臥薪嘗膽 2018. 7. 16. 10:25

그 여자의 순애보

에보 입력 2018.07.10 08:30

남자들만 가득한 거친 세계에서 그녀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차에 대한 사랑이다

여자가 차를 알아? 중고차 딜러 오영아 씨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편견을 없애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조금이라도 더 뛰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오영아 씨는 남자들만 가득한 세계에서 남자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다. 중고차시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여성’이 도드라져 보였을 뿐, 우리는 한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환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가 보여준다.

세심하고 꼼꼼한 검수는 필수!

여성 중고차 딜러는 흔치 않다. 시작한 계기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딜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우연히 아는 분의 일을 돕다가 발을 들여놓았다. 사진을 찍고 중고차 사이트에 글 올리는 일을 한두 달 했다. 어느 날 손님이 왔는데 사무실에 혼자 있다가 얼떨결에 차를 팔았다. 손님은 젊은 여자가 차를 파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기도 했고. 그냥 나가버렸어도 될 법한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손님이 차분히 대해줘서 무사히 차를 팔았다. 만약 첫 손님과 경험이 좋지 않았다면 의기소침해서 중고차 딜러를 시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후 차를 판매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중고차 딜러의 길로 들어섰다.


차에 관심이 없으면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디자인과 기능, 움직이는 모습 등 모두 다 좋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면허부터 땄고 곧장 차를 몰았다. 첫차는 23살 때 샀다. 노란색 닛산 큐브였는데 당시 인기가 상당했다. 큐브는 박스카 열풍이 불기 전부터 나와 함께한 차다. 경찰차가 계속 따라오는 일도 있었고 서울 시내에서 내 차를 봤다며 주변 사람들이 연락해오기도 했다. 내게는 잊지 못할 차다. 워낙 차를 좋아해서 하는 일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딱딱한 매매상사 분위기를 피하고 싶어서 직접 꾸민 사무실

여성 딜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외모를 앞세워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솔직히 말해서 100%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남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에서 여자로서 차별화했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마케팅 방법을 찾기 위해 수없이 생각했다. 초창기 블로그와 SNS 채널을 미리 살펴보고 선점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처음 시작했을 때 여성 중고차 딜러는 극히 드물었다. 남들이 쉽사리 가지 않은 길을 가려니 힘든 부분이 많았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었고 오로지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 지금은 여성 중고차 딜러가 제법 많이 생겼다. 좋은 현상이다. 새로운 방식을 찾는 동시에 열심히 하기도 했다. 4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한 적도 있다. 다행이지만 아쉽게도 명절 때 쉴 틈이 생기면서 이 기록은 깨졌다.

직원들도 모두 여자다

일을 가르쳐달라는 남자들의 연락이 많이 오지만 뽑을 계획은 없다. 회사 이름이 ‘차파는누나’인데 콘셉트를 깨뜨리기 싫다. 여자들의 시선에서 꼼꼼하고 성실하게 중고차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남고 싶다. 무엇보다 직원들 모두 힘이 세서 남자 직원이 필요 없다. 여자 직원끼리 있으면 잘 통한다.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자동차를 매매하려면 기계적인 부분도 잘 알아야 한다

독학으로 배우기도 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예전에는 중고차시장에 시운전 개념이 거의 없었다. 낡은 내외관은 조금만 손 보면 새 차처럼 변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는 게 시장의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차를 리프트에 띄워서 고객과 함께 살펴보고 정비하고 시운전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독학도 하고 궁금하면 선배들을 찾아가 물어봤다. 결국 진단평가사 자격증도 땄고 차에 대해 다양한 지식도 쌓았다. 아직도 배울 부분은 많이 남았다. 정비학원에 등록해 더 깊이 배울 계획이다.

보여주기식 판매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웬만한 진단 및 정비는 스스로 한다

슈퍼카나 고성능차도 다룰 텐데, 구매할 때 팁을 알려 준다면

보증기간을 꼭 확인하라고 알려주고 싶다. 특히 수입차는 보증이 끝나면 수리비가 정말 많이 들어간다. 슈퍼카나 고성능차도 마찬가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생긴다. 차를 매입할 때도 보증기간을 주의 깊게 확인한다. 대부분 중고차는 알뜰하게 사려는 사람들이 찾는다.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는 좋은 중고차가 아니다. 보증기간이 끝난 차는 앞으로 들어갈 예상 수리비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가감 없이 알려준다.


매입하고 판매한 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차는?

대부분 차가 입고되면 1주일에서 10일 사이에 팔린다. 유일하게 1년 동안 판매되지 않은 차가 기억에 남는다. 쉐보레 임팔라다. 직원들 사이에서 어서 팔리도록 고사라도 지내야겠다는 말이 나오곤 했었다. 상태 좋은 트라제 XG를 찾아 5일 동안 고생한 적도 있다. 기억에 남는 차는 값비싼 수입차나 고성능차가 아니다. 고생하면서 고치고 찾아 헤맨 오래된 차들이다. 힘들었던 순간을 함께해서 그런지 더 애틋하고 기억에 남는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과 인간적인 신뢰가 통할 때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물건도 보지 않고 큰돈을 먼저 입금하는 분도 있다. 나라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이 밖에도 고객이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줄 때나 거래가 끝난 후 좋은 평가를 해줄 때 보람차다.


많은 차를 다뤄서 보는 눈이 남다를 텐데, 어떤 차를 타는가?

중고차 딜러를 하면서 많은 차를 타봤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차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오래전에 산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가 유일한 내 차였다. 최근에 두 번째 차를 샀다. 포르쉐 718 박스터 S다. 예전부터 스포츠카를 타는 게 꿈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LK 55 AMG가 드림카였다. 겉은 하얗고 속은 시트를 빨갛게 꾸민 차를 사고 싶었다. 정작 스포츠카를 사려니 C-클래스가 눈에 밟혔다. 정이 많이 들어서 바꾸지 못했다. 결국 한 대 더 사기로 마음먹었다. 벤츠를 두 대나 타기는 재미가 없어서 포르쉐로 눈을 돌렸다. 사실 내 운전 실력으로는 박스터 성능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 그래도 아주 빠르고 재미있고 감성적인 면에서 만족스럽다. 진짜 드림카는 페라리 488 스파이더다. 흰색에 붉은색 구성은 변함없다.

여성 딜러로서 앞으로 계획은?

아주 오래전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여자들만 있는 사무실을 차려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꿈은 이뤘다.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한때는 직접 매매단지를 차리려고도 했다. 판매와 수리를 한 곳에서 하고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복합 시설이다. 이런 곳이라면 사람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중고차를 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무모하고 이루기 힘든 도전이었다. 이 목표는 일단 보류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꿈이 있다. 중고차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내 사업체가 먼저 떠오르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글 · 김성환 기자

사진 · 차파는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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