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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의 의미와 방법에 대하여

臥薪嘗膽 2009. 3. 19. 11:31

김한종(한국교원대학교 교수)

1. 역사를 왜 배우는가
2.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3. 역사 교육의 추세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는 교육 활동이다. 역사적 사실은 과거에 일어난 인간 생활, 즉 총체적인 인간 경험을 그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역사에서 다루는 사실은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니라, 후세에 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선택된 사실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은 그것이 선택된 당시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만약 현실 인식의 기준이 달라지면 역사적 사실도 변할 수 있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도 배우는 역사적 사실이 선택된 당시의 역사 인식과 관련을 가진다. 또한 역사를 배우는 현재의 역사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보면 역사교육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어떤 역사를 배울 것인가도 달라지게 된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역사를 왜 배우는가                                                   

먼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 자체에서 역사교육의 가치를 찾는 입장이 있다. 인문학적 교양이라는 관점에서 역사교육을 바라보는 견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은 교양인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또한 역사적 사실은 다른 학문을 연구하거나 배우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사실에 대해 알고 싶어하므로, 역사는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만으로도 배울 가치가 있다는 입장도 이러한 범주의 역사교육관에 속한다. 또한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는 것에서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즉, 역사적 사실을 앎으로써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바람직한 것은 본받고, 바람직하지 못했던 일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교훈적 역사관이 그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역사교육은 그 역사를 공유하는 집단이나 사회의 동질감(identity)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상들이 남긴 존경할만한 과거 유산에 대해 배워서 국가나 민족적 긍지와 자긍심을 높이고 단합을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역사적 사실의 파악을 역사교육의 주된 목적으로 보는 역사교육관에서는 역사가들이 밝혀놓은 사실, 역사가들이 동의하고 인정하는 역사적 해석을 다루는 것을 역사교육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아울러 역사가들이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근거가 되는 사료 자체도 역사교육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둘째로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 자체보다는 이를 통한 인식이나 의식의 변화에 관심을 쏟는 역사교육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자기 이해로서의 역사교육을 중시한다. 모든 역사는 현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역사교육의 주된 목적은 오늘날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를 배우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형성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가 과거의 산물인 동시에 계속 진행 중인 발전 과정상의 한 순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과거 사회가 현재로 변화해 온 과정과 발전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역사의 전개 과정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으며, 발전적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

역사에서의 자기 이해는 역사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통찰력 있는 자기 이해는 곧 역사의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역사의식이라는 개념은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여기에서 역사의식은 역사의 변화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신의 능동적인 참여가 역사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을 내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식은 인간에게 생생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역사교육관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사상의 의미를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였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비추어 파악하는 것을 역사교육의 중요한 과제로 삼게될 것이다.

셋째로 역사를 배우는 과정 자체에서 역사교육의 목적을 찾을 수도 있다. 역사교육의 기능(技能)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견해이다. 이 입장에서는 역사가의 연구 및 사고 방법을 배우는 것을 중시한다. 역사학습에서 학생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분석하거나 종합한다. 자료를 해석하거나 평가하기도 하며, 역사적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역사학습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적활동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익히게 된다. 이를테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든지, 추리능력을 세련되게 만들 수도 있다. 상상력을 길러 문제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또한 역사학습은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좋은 훈련일 수 있다. 과거 인간이 복잡한 문제에 대처하고 처리해 간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학생들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 결과 개인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역사교육관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역사교육을 강조하며,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 인간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역사수업의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고는 한다.

이들 세 가지 유형의 역사교육관은 나름대로 역사교육의 중요한 측면들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역사적 사실을 하는 것 자체보다, 이를 통한 인간 변화나 기능의 발전을 보다 강조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교육의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하며, 그 동안의 역사교육이 너무 사실 중심으로 흘러온 데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은 상당 부분 역사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만 역사교육의 목적을 어디에다 두건간에 실제의 역사학습 현장에서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실의 전달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도 여전히 역사교육의 커다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역사교육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할 때, 역사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의 표현 형태는 학생들의 역사적 이해에 적합해야 한다. 내용이 포괄하는 역사적 사실의 범위와 깊이가 적절히 조정되어야 한다. 수업내용으로 역사적 사실이 표현 방식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전달되는 내용의 표현 방식 등도 수업 내용의 구조, 학습 목표, 학생들의 이해 능력 등이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실제로 역사수업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학생들의 이해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떤 교사가 조선의 6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고 하자. "이조는 오늘날의 행정자치부, 호조는 재정경제부, 예조는 교육부, 병조는 국방부, 형조는 법무부, 공조는 건설교통부와 비슷한 기능을 하였다". 이 내용은 역사적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6조의 기능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같이 수업에 사용되는 내용에 대한 교사의 지식을 교수내용지식(pedagogical content knowledge)라고 한다. 수업 시간에 역사적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수내용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적절한 교수내용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교사일수록 수업 지도를 잘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교수내용지식의 개발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수업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전달하는 매체 또한 학생들의 역사적 이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역사수업에서 사용되는 매체는 교사의 설명이었다. 분명 역사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교사의 설명이 효율적일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이야기(narrative)'라는 형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간의 활동을 이해하는데 적합하며, 역사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그 때 그 때 행하는 교사의 개인적인 말솜씨가 아니라, 적절한 설명 기법에 의해 수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은유, 환유, 제유와 같은 비유법이나 비교, 유추, 대조와 같은 방법들도 유용한 설명 기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사의 설명 외에 다른 매체에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교사가 가장 신경을 써야할 것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서 교사가 고조선의 8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였다. "8조법 중 현재는 3개 조항만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사회가 가부장제 사회임을 고려하거나, 다른 사회의 법 조항과 비교해 보면, 강간이나 간음에 관한 처벌조항이 있었을 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추론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고, 비교의 방법을 사용해서 학생들로 하여금 고조선 사회에 대해 이해하게끔 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부장제 사회의 개념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알아들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해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셈이다. 학생들은 고조선이 강간이나 간음을 금하는 사회라는 지식을 얻기는 했어도, 이는 교사가 의도한대로 가부장제 사회의 성격에 대한 이해로부터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외워서 안 지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교사가 사용하는 용어나 개념  중에는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넘는 것이 상당히 많다. 학생들에게 역사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의 언어가 아닌 그 내용에 상당히 익숙해 있는 성인의 언어인 교사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의 지적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을 생각하고 활동하게 하는 역사 수업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가들이 하는 것과 같이 역사가 만들어지는, 즉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 참여시키는 수업을 생각할 수 있다. 역사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려해 보는 사료학습은 그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료학습은 적절한 사료의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교사가 필요한 사료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건 학생들로 하여금 사료를 조사하게 하건 간에 학습과제를 수행하는데 적당한 사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평소에 교사가 체계적으로 사료를 수집하는 활동이 필요하며, 학생들 스스로 사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연습하는 수업 활동이 포함되는 것이 좋다.  현실적인 여건상 교사가 수업에 사용할 사료를 일일이 원사료로부터 찾아서 재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편집된 사료집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역사수업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번역된 사료를 이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번역된 사료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는 어렵다. 그것은 낯선 용어나 잘 모르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사료에 사용되는 용어는 가급적 사료가 담고 있는 내용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현대식 용어로 바꾸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역사가 인간의 활동을 다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학생들로 하여금 겪어보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역사수업이 될 수 있다. 추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과거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위를 이해하고, 역사가 만들어지는데 인간이 하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한 역사수업으로는 크게 제작학습과 모의학습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제작학습은 학생들의 관찰이나 관람을 통한 조사나 보고서 작성, 만들기에 의한 수업 방식을 총칭한다. 역사신문 만들기, 조약이나 격문, 취재기와 같은 기사문 작성하기, 위인의 전기나 자서전 쓰기 등과 은 방법이 실제로 행해지고 수업 기법이다. 이에 반해 모의학습은 어떤 역사적 상황을 재연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수업의 형태를 말한다. 극화학습이나 역할놀이(role play),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나 게임(game) 또는 이를 혼합한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밖에 재판의 상황을 재연한 모의재판이나 가상 상황에서 실제로 재판을 행하는 디베이트(debate)법 등도 이러한 유형의 수업에 속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데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좀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교사들은 학기 중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서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수업 기법을 도입하고는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학생이나 교사 모두 예상하지 못한 수업을 맞이하는 셈이다. 학기나 학년을 단위로 수업계획을 세워 교수요목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요목에는 수업방법과 함께 단원이나 주제 수업내용, 교재, 수업시수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 역사교육의 추세                                                       

근래 역사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개별적인 이해 못지 않게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사실들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고등학교 세계사에서 각 대단원의 첫머리에 그 시대의 사회 성격을 총괄하는 중단원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구조적 파악은 역사적 사실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서 역사 전체에 흐르고 있는 법칙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서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를 구조적으로 파악한다고 했을 때 거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포함된다. 첫째는 사회구성원들간의 관계이고, 둘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각 시대의 신분 구조,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 생산 수단과 생산력의 발전, 사회구성원의 의식변화 등이 역사교육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교사적인 역사 이해도 중시되고 있다. 예컨대 현행 고등학교 국사에서는 각 단원의 시작에 우리나라의 각 시대를 아시아 및 유럽과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다. 한국 고대사를 다루는 대단원인 '고대 사회의 발전'에서는 먼저 '고대의 세계'라는 중단원을 설정하여 아시아와 유럽사회의 고대의 성격을 서술하여 우리나라의 고대사회와 비교하게 하는 식이다. 역사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공동체적 유대를 가진 어떤 역사를 시간적 과정에 따라서 깊이 있게 다루는 수직적 시야와, 상황의 모든 국면을 유기적으로 연관해서 볼 수 있도록 짧은 시간을 깊이 있게 다루는 수평적 시야가 있을 수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비교사적으로 역사를 이해시키려는 경향은 이제까지 수직적 시야 위주였던 역사학습에 수평적 시야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평적 시야의 도입은 편협하거나 국수주의적인 자국사 인식에서 벗어나 세계사적 관점에서 역사를 발전적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역사수업을 전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근현대사의 경우 비교사적 역사학습은 더욱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비교하는 시대 또는 시기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어떤 요소나 구조를 비교의 틀로 삼을 것인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라고 할 것이다.

향토사 학습이 중시되는 것도 근래의 경향이다. 근래 역사학에서도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료개발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전체적인 역사상을 파악하려는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 이 경우 지역에서 발굴되는 자료는 맹 유용한 연구 대상일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도 지역에 대한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 중학교 국사의 경우 특징 중의 하나로 향토사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3, 4학년에서는 지역교과서가 별도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도 향토문화재 발굴이나 민속자료관 설치, 향토지의 발간 등 향토사나 향토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향토사학습을 할 수 있는 단원이나 수업시수는 따로 편성되어 있지 않으며, 별도의 향토사 교재가 만들어져 있지도 않다. 향토사학습에 대한 강조는 일종의 선언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토사학습은 거의 전적으로 교사 개개인의 손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향토사 학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향토사의 전체적인 상을 재구성하고, 이에 맞춰 학습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룰 교재를 개발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향토사학습에서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학습 내용이 지나치게 자기 지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물론 향토사학습은 애향심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향토사학습은 자기 지역의 역사라는 내용을 소재로 하여 역사를 학습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역사의식이나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과 같은 역사학습의 본질적인 과정을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